[울산/언양] 일미불고기 - 언양식 불고기 경상권


부산에서 울산 시내 방향으로 들어가기 전에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에 들러 점심을 먹습니다.
언양에 왔으니 언양 불고기를 먹어야죠. 아니, 정확히 얘기하면 언양 불고기를 먹으러 언양에 들른 것입니다.

지금은 삼겹살이 한국을 대표하는 육류라고 하지만,
제가 중학교 다닐 때만 해도 영어 교과서에 외국인 친구들에게 한국 음식을 소개하는 챕터에 삼겹살이 아닌 bulgogi가 나왔던 기억이 납니다.
네, 영어 문장은 하나도 생각 안나고 bulgogi만 생각나네요. -_-;

맥적이니, 설야멱이니, 너비아니니 다 건너 뛰고, 요즘 우리나라 불고기는 크게 서울식, 광양식, 언양식 세 가지로 나뉩니다.
사실 불고기라는 단어만큼 애매한 음식 이름도 드문데, 불에 구운 고기가 다 불고기 아닙니까!
하지만 서울식, 광양식, 언양식 불고기는 이름만 공유할 뿐 조리 방식이 전혀 달라서 아예 다른 음식이라 불러도 될 정도입니다.
서울식 불고기는 황동 불판을 깔고 불로 굽긴 하지만 육수가 들어간다는 특징이 있어 물고기(?)라 불러야 할 거 같고,
불로 직접 굽는 불고기는 광양식과 언양식인데,
광양식은 주물럭 비슷한 느낌으로 고기를 조각 조각 올려서 굽는 반면에,
언양식은 떡갈비처럼 모양을 내지는 않지만 다져서 넓게 펴 석쇠로 굽는 방식입니다.
(넓은 의미에서 보면 역전회관의 바싹 불고기, 진주 천황식당의 불고기도 여기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겠네요.)
갓 도축한 고기를 쓰느냐, 숙성시킨 고기를 쓰느냐, 그리고 양념을 굽기 전에 하느냐, 미리 해서 재워 놓느냐의 차이도 있다는데,
이건 또 식당마다 차이가 있으니 뚜렷이 구별하기는 어렵겠네요.
체인점 '불고기 브라더스'에 세 가지 불고기 모두 메뉴에 올라 와 있습니다.

아무튼 언양 불고기는 1960년대 경부 고속도로 공사시 전국에서 몰려 온 인부들을 통해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고속도로 개통과 함께 부산, 울산, 대구를 오가는 분들로 특히, 주말에는 북새통을 이룬다고 합니다.
언양 자체가 관광지는 아니니까 평일에는 상당히 한가한 듯 하구요. 그래서 저는 당연히 평일에... ^^
일부러 주말에 찾아가서 서비스가 어떻고 저떻고 불평할 필요 없습니다.
그런 서비스가 잘 했다는 게 아니라, 가려면 그런 상황은 피해가시란 말씀입니다. 즐길 수 없으면 피하라!
여름 휴가철에 동명항에 갔더니 어쩌구 저쩌구도 마찬가지...
이 세상 어떤 맛집도 사람 들끓고 한 두시간씩 기다려 먹으면 맛 없습니다.

방문 전에 열심히 찾아 봤는데 대부분 의견이 엇갈리길래 초유명하지 않은 곳 중 감으로 하나 골랐습니다.
이 길목에 불고기집들이 꽤 많아 촌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전체 외관

홀도 있고, 이렇게 방도 여러 개 있으니 단체 모임도 적합할 듯...

평일 낮의 한적한 분위기가 물씬 나지 않나요?

메뉴판
소고기 1인분 기준 그램수가 점점 줄어 드네요. 200 -> 180 -> 150 -> 130 -> 120... 어디선가 110도 본 거 같은데,
나중에는 60g 막 이러는 거 아닌지... 
처음엔 불고기만 먹을까 하다가 욕심이 나서 골고루 먹기로 했습니다.

육회 주문하고 상이 이렇게 차려 집니다.
양배추 샐러드 말고는 모두 손 가는 반찬들...

호박죽 
솔직히 맛이 잘 기억이 나질 않는데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육회 小 (20,000원)

양념 과하지 않고, 달지 않고, 고기 선도 괜찮네요.
평상시 육회를 찾아 다니면서 먹을 정도로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상당히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솔직히 결혼식 뷔페에 있는 육회는 육회 아니잖아요. 냉동도 아니고 해동한 것도 아니고... -_-;
여담이지만 25살 이후로 뷔페는 제 돈 내고 찾아간 적은 없고,
결혼식 뷔페에서는 '저렴해도 맛있을 수도 있는' 빵, 만두(딤섬), 국수 2그릇, 소맥, 과일 조금만 먹습니다.
혹시나 해서라도 '저렴하면 절대 맛있을 수 없는' 초밥이나 생선회는 절대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아무튼 평소 육회를 좋아하시거나 인원이 여럿이라면 추천할 수 있겠습니다.

특히, 소맥과 함께라면... ^^

활성탄과 숯 섞은 불이 들어 옵니다.

갈비살 1인분과 꽃잎 1인분

꽃잎
아마도 명칭이 마블링 좋은 등심 = 꽃등심 = 꽃살 = 꽃잎이 된 게 아닌가 싶네요.

갈비살
전에도 말씀드렸듯이 갈비와 갈비살은 차이가 좀 있습니다. 뼈에 바로 붙어 있는 게 갈비, 좀 떨어져 있으면 갈비살...
갈비는 뼈와 함께 나오는 것이 일반적이고 갈비살은 살만 나오는 것이 일반적이죠. 가격은 갈비가 좀 더 비싼 편이고...  
경남보다는 경북 지역(안동, 영주, 봉화 등)에서 갈비살을 많이 먹는 듯 한데, 그래서인지 그램수 대비 가격이 저렴하지는 않네요. 물론 서울과 비교한 것이 아니라 경북 지역과 비교해서...

그래도 한 점씩 구워서 소맥과 먹으면 신선놀음이 따로 없습니다.

꽃잎살도 올리고...

소금 살짝 찍어서 한 점...

갈비살 떡불고기 1인분(?)
한적한 평일 낮에 잘 생긴 청년 둘이 와서 맛있게 먹으니깐 아주머니께서 평소보다 양을 많이 주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애초에 1인분 주문이 안 될지도 모르겠네요. (저는 둘이서 다른 고기를 많이 먹었으니깐...)
이 식당도 그런지 모르겠는데, 어떤 식당은 불고기만 주문할 경우 3인분부터 주문 가능하다는 얘기를 어디서 들어서...
애초에 별 기대를 안했던 것도 있지만 뜻밖에도 매우 훌륭했습니다. 많이 달지도 않고 절묘한 간도 좋네요.
그리고 불에 직화구이하여 그을린 맛, 살살 올라온 기름... 사진만으로도 맛이 대충 짐작되지 않으시나요?
지금까지 먹어 본 이런 석쇠구이 스타일의 불고기(역전회관, 천황식당 등) 중 단연 최고입니다.
물론, 손님이 몰리는 주말에는 또 어떨지 모르겠네요. 그래서 이런 곳은 꼭 평일에... ^^
 
식사 주문하니 반찬 깔립니다.

즐거운 한 때... 이젠 안녕... ㅠㅠ

제가 이 동네 불고기 집들을 여러 곳 가 본 것이 아니니 여기가 최고다라고 할 수는 없지만,
다음에 다시 언양에 간다면 굳이 다른 식당 모험하지 않고 이 곳으로 가겠습니다.
갈비살이나 꽃잎살도 맛이 괜찮았지만 가격을 고려하면 다른 지역과 비교 우위에 있다 하기는 힘들고,
따라서 저라면 불고기 위주에 (여건에 따라) 육회를 추가하는 주문을 할 것 같군요.

'올해의 불고기'로 확정.


찾아가는 길

울산 울주군 언양읍 서부리 37-1, 052-263-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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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레드피쉬 2012/02/08 13:05 # 답글

    아직 10개월이나 남았는데 벌써 올해의 불고기로 확정이네요!

    고기부위는 썰어놓으면 구분이 참 힘드네요;; 내공이 약해서 그런지;;ㅎㅎㅎ
  • DLIVE 2012/02/08 13:14 # 답글

    아..아..비쥬얼이 그냥..정신 혼미하게 하네요 ㅜㅜ
  • 평범 2012/02/08 13:39 # 삭제 답글

    얼마나 잘 생긴 청년들이었길래!!!
  • 곰님 2012/02/08 13:45 # 삭제 답글

    신선놀음 하면서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니.
    직장생활 좀 해보면 누나 말이 이해가 갈거여..
    이제 님도 그 생활 끗ㅋㅋ
  • 2012/02/08 14:36 # 삭제 답글

    이젠 안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렴해도 맛있을 수 있는 소맥! 이 참 깨알같네요.
  • 클리블로 2012/02/08 17:20 # 삭제 답글

    잘생긴 청년 3이 가서 함께했어야 되는데... 음식도 잘 해치우고...
  • 지나가다 2012/02/08 18:24 # 삭제 답글

    언양에 있는 큰아버지 집에 갈때마다 외식할때 가는곳이 이곳에 나오니 흐뭇하네요 으흐흐

  • 시애틀 2012/02/09 09:09 # 삭제 답글

    부모님께서 언양에 자리 잡으신 지 20년이 지났는데, 정작 언양불고기는 한번도 못 먹어봤네요. 늘 고기 사드리겠다고하면, 봉계로 가자고 하시더라구요. 그것도 얼추 10년전인데, 그 때는 봉계가 고기값이 저렴했는데, 요새는 그렇지 않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다음에 한국가면 기필코 언양불고기 한번 먹야봐야겠네요.
  • 솔직담백 2013/01/14 02:55 # 삭제 답글

    몇년전 1박2일에서 언양불고기 한참나올때 기분에 남해안돌던중
    갔던곳 불친절하고 가격에비해 양도 그닥
    아줌마의시선엔 별루였던곳인데
    요즘은어떤지 다시가봐야겠네요
    이렇게 올해의집으로 소개까지 하는것보니
    다시금궁금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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