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천역] 양꼬치 전문점 '로향관점'
지난 포스팅에서 동대문의 '동북화과왕'을 소개하였는데,
이번에는 한강 이남에 거주하시는 분들을 위해 양꼬치집 '로향관점'을 소개하겠습니다.
차이나타운하면 대부분의 분들이 '인천 차이나타운'을 떠올리고, 몇몇 분들은 가리봉동의 차이나타운을 생각합니다.
또 부산분들은 부산역 앞의 차이나타운을 떠올리실 수도... ^^

인천 차이나타운은 더 이상 '차이나'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이고, (중국인보다 한국인이 더 많으니...)
가리봉동은 제대로 된(?) 차이나타운이고, 그런 곳이 서울에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봉천역에서 안쪽으로 한 블록 들어가면 형성되어 있는 차이나타운입니다.
타운이라 하기에는 조금 소규모입니다만, 한자로 써 있는 간판하며, 취급하는 메뉴 (짜장, 짬뽕이 아닌 양꼬치, 훠궈)하며,
출입하는 사람들의 국적을 보면 영락없는 차이나타운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봉천역 2번 출구로 나와 골목 안쪽으로 조금만 들어가면 이런 낯선 풍경이 펼쳐집니다.
간판만 보면 중국인지 한국인지 구별되지 않을 분위기.
봉천역 차이나타운의 존재를 알게 되고, 인터넷으로 사전 조사를 해 봤으나 정보가 거의 없을 정도로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곳입니다.

서울 남부 지역에 계신 중국 이민자분들께서 이 동네 모여 살며 작은 상권을 이루었고, 식당들도 여러 개 성업 중입니다.
한국 사람보다는 중국 사람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죠. 이런 데서 짜장면/짬뽕 찾으시면 곤란합니다.

위 가게들의 공통점은 중국 서민/노동자들의 대표 메뉴라 할 수 있는 '양꼬치 전문점'이라는 것입니다.
양꼬치는 양육관(羊肉串, 양뤄우촨)이라 표기합니다. 특히 한자 串는 '꿰다', '익히다'의 뜻을 갖고 있는데,
꼬치 모양을 잘 형상화한 것 같습니다.

그 중 오늘 가 볼 곳은 바로 여기, '로향관점'

중국에는 '고향 사람이 같은 고향 사람을 만나면 두 눈에 눈물이 고인다'라는 말이 있는데,
'로향'이 고향 사람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머나먼 타지에서 생활하는 분들의 고향땅에 대한 애뜻함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죠.


내부 구경

내부는 칸막이가 설치되어 있으며, 4인석과 6인석이 대여섯개 있습니다.
기대했던 것보다 깔끔하여 실망했다는... -_-;

한편 주방쪽에는,

중국술이 한 가득 놓여 있군요.


메뉴판

꼬치류는 뻔데기와 명태를 제외하고는 모두 7,000원
(6,000원인 곳도 어딘가 있겠지만 요즘 거의 모든 양꼬치는 7,000원이 시세입니다.)
주류도 비교적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으며, 식사류도 있습니다.
2인분 이상 주문 받는데, 물론 다른 종류의 주문이 가능하며, 추가로는 1인분도 주문 가능합니다.


기본 제공

왼편은 중국에서 흔히 먹는 반찬들이고,
오른편은 양꼬치에 찍어 먹을 고추가루, 들깨가루, '쯔란'(오른편 상단)입니다.
특히, '쯔란'은 서양에서는 '커민'(cuminum)이라고 불리며,
아프리카, 인도, 멕시코, 중국 등 세계 곳곳에서 향신료로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쯔란'은 양고기 특유의 향을 감추어 주는데,
대부분의 향신료가 그렇듯이 처음 맛 보는 분에게는 익숙해지기가 조금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지금이야 후추와 같은 향신료를 여느 식당의 식탁 위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중세 유럽에서는 향신료가 부의 상징과도 같았다고 합니다.
당시 후추 한 줌이 황소 반 마리의 값어치를 지녔다고 하니 지금으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죠.
콜럼버스가 이사벨라 여왕의 지원을 받으며 신대륙에 가려고 한 것도 후추를 얻기 위해서였고,
백작이 유언장에 후추의 처분 문제를 이야기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향신료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기회가 되면 자세히 설명하도록 하고...

마늘과 야채

양꼬치 중간 중간에 먹으면 입맛을 돋우어 주죠.


활성탄을 사용하고,

드디어 기다리던 양꼬치 7,000원
개수는 정확히 10개. 불 위에 올려 직화로 굽습니다. 지글 지글~

양고기는 소, 돼지와 함께 세계 3대 육류이지만,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양고기의 소비량이 극히 적었는데 2000년대 들어서야 조금씩 퍼진 정도입니다.
예전부터 양을 많이 키우지 않았고, 양고기하면 '누린내'라는 선입관이 크게 작용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러나 '양두구육'(羊頭狗肉, 양의 머리를 걸어 놓고 개고기를 판다는 뜻으로, 겉보기만 그럴듯하게 보이고 속은 변변하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이라는
고사성어가 있을 정도로 중국에서는 고대부터 양고기를 고급 육류로 생각하였습니다.

이상한 소리하는 사이에 노릇노릇하게 잘 구워졌습니다. ㅎㅎ

그럼 이제 양념을 묻혀야죠.

취향에 맞도록 적당히...

술을 부르는 너의 향기~


청도(칭따오) 맥주 한 병 4,000원

맥주가 나왔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무려 640ml. 기분 좋아지죠~ ^^

이번에는 소의 염통 줄기 7,000원

염통은 심장. 두부 비슷하게 생겼죠.

양념들을 섞어 이렇게 먹기도 합니다.

식감이 독특해 별미로 한 두개는 먹을만 하지만 맛 자체는 양꼬치가 더 낫더군요.
왠지 심장이라고 하니 좀 꺼림칙하기도 하고,
하드코어 한 것 좋아하시는 분들은 도전해 보시길... 양꼬치 자체가 하드코어이긴 하지만...

먹다가 입을 정화시키고 싶을 땐 마늘을 꿰어 구워 먹습니다.

구운 마늘도 고소한 맛이 별미죠. 저는 중간 중간 여러 개 먹었습니다.

이쯤에서 또 맥주 한 잔~ 이번에는 설화 맥주 3,000원

역시 병 크기 매우 큽니다. 630ml. 청도 맥주나 설화 맥주 모두 청량감이 있고, 깔끔하여
양고기의 지저분한 맛(?)을 중화시켜 줍니다. 맥주와 안주가 찰떡 궁합이라는 말씀!

이번에는 심줄 7,000원

이건 양꼬치와 비슷한 맛이었던 듯...

마늘도 제대로 구워 먹습니다.

양꼬치를 먹는 또 하나의 즐거움은 바로 굽는 재미이죠.
어린 시절, 시골의 할아버지, 할머니 댁에 가서 고구마나 옥수수를 구워 먹은 적이 있으신 분은, 그 굽는 즐거움을 아실 겁니다.
삼겹살처럼 불판에 굽는 것은 노동이지만, 이렇게 불로 직접 굽는 것은 일종의 놀이라 생각됩니다.
화력이 세서 잠시 한 눈 팔면 다 타버리는 수가 있으니 주의하시고...

이쯤에서 '선주후면'(先酒後麵) 해야죠. 개인 취향에 따라 '선면후주'(先麵後酒) 할 수도 있습니다.
단, 주(酒)는 그냥 술이 아니라, 고기 안주가 포함된 술!

냉면 4,000원

우리가 흔히 먹는 분식집 스타일의 냉면도 아니고, 평양 냉면도 스타일도 아니고...
그냥 '차가운 면'입니다. 맛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조화롭지 않은 맛인 듯 합니다.

옥수수국수 4,000원

오히려 옥수수국수가 더 특색있고 좋더군요.
면발에 옥수수의 함유량이 얼마일지는 모르겠으나, 특유의 향이 느껴집니다.

국수로 해장하였으니, 설화맥주 한 병 더~ 선주후면최후주(先酒後麵最後酒)

안주로 가장 괜찮았던 양꼬치로 돌아 왔습니다.
역시나 맛있게 구워서, 맥주와 함께!

지금 봐도 먹고 싶습니다.
이건 뭐... 제가 포스팅하면서 스스로를 고문하는 꼴이군요. ㅋㅋ


두 번째 사진에서처럼 제가 간 '로향관점' 말고도 많은 양꼬치 가게들이 있으니, 끌리시는 대로 가셔도 가격이나 맛에 큰 차이는 없을 것입니다.
그래도 걱정되신다면 사진으로나마 본 적 있는 '로향관점'으로 가시고... 이것 저것 여쭈어 봐도 잘 대답해주십니다.
식사를 마치고는 차이나타운을 한 번 둘러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되겠군요.

다음 포스팅에서는 봉천역 차이나타운 내 훠궈/북경오리 전문점을 하나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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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녹두장군 | 2008/02/21 09:12 | ▶ 관악구 | 트랙백(1) | 핑백(1) | 덧글(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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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초코딸기치즈커피카레 at 2008/04/04 20:12

제목 : 오늘의 먹부림: 봉천동 로향관점
오늘 저녁은 대학 동기들과 함께 양꼬치. 며칠 전부터 물밑작업을 해서 많은 사람들을 수이 양고깃집으로 끌고 갔다. 일전 음식밸리에서 본 일 있는 녹두장군님의 글을 참고로 로향관점으로. 사실 그 근처 양꼬치집들은 다 비슷하다고 말씀하셨지만 내가 공대를 이끌고 낯선 동네에 가서 허둥대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되니(...) 소개해주신 로향관점에 발을 들였다. 봉천동 3번 출구 앞에 있는 빵굼터 골목으로 들어와 왼쪽으로 한 번 더 꺾으면 간판이 바로 눈......more

Linked at 녹두장군의 식도락 : [서울대.. at 2009/08/26 10:13

... 치'입니다. 한 달 남짓 된 듯 하군요.로향이라는 이름이 낯익어 혹시나 여쭈어 봤더니 봉천역 뒷편의 '로향관점'과 동일한 식당이 맞다고 합니다.로향관점 포스팅 http://hsong.egloos.com/14420522008년 초에 마지막으로 가고 한동안 못 가 봤는데, 그 장소에도 여전히 영업을 하고 있다고 하는군요.그 당시에도 나쁘지 않았으나 서 ... more

Commented by 흔한이름 at 2008/02/21 11:46
^^ 이오공감타고 왔다가 반가운 음식보고 기분 좋아졌어요~ 으아~ 가보고 싶네요~
링크 신고합니다!
Commented by 녹두장군 at 2008/02/21 11:56
정보화 시대에도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곳입니다. 기회 되실 때 꼭 한 번 가 보세요. ^^
Commented at 2008/02/21 12:1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8/02/21 12:53
우연히 들렀는데, 중국에서도 양고기에 cumin을 쓰는군요. 저는 미국에 사는데 요리 프로그램을 보면 누린내가 날 것 같은 고기에는 cumin, coriander씨(실란트로로 더 잘 알려진),curry powder를 많이 쓰더라구요.
저희 부모님댁이 수원인데, 수원역 근처에서도 저런 식당이 몇 군데 모여있는 걸 본 것 같아요.
Commented by 녹두장군 at 2008/02/21 13:43
후애님,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bluexmax님, 쯔란은 중국을 포함한 동남아, 인도, 그리고 유럽에서도 많이 쓰는 향신료로 알고 있습니다. 수원역 근처에도 있다니, 기회가 된다면 가 봐야겠군요. ^^
Commented by joowon at 2008/02/21 13:52
이오공감 타고 왔습니다. 봉천역 자주 갔는데 저긴 한번도 못 가 봤네요. 맨날 4번출구로 내려서 그랬나 봅니다 ㅋ
링크신고 할께요.
Commented by Jyukai at 2008/02/21 14:21
양꼬치라 괜찮네요.
부산내려가기전에 시간나면 한번들려봐야될듯
Commented by 녹두장군 at 2008/02/21 14:28
joowon님, 봉천역 근처에 맛집이 꽤 있죠. 호남에서 올라오신 분들이 많아서 그런지... 2번 출구와 3번 출구 안쪽 블럭에 있습니다. ^^

Jyukai님, 양꼬치집은 서울 곳곳에 많이 있습니다. 동대문 '동북화과왕' 건대앞 '매화반점' 등. 그래도 주로 중국분들이 많이 찾는 가게는 봉천역 차이나타운이죠. ㅎㅎ
Commented by 아무로 at 2008/02/22 00:45
이쪽에 가 보고 싶은 마음도 있는데...차이나타운 쪽의 치안에 대해서 흉흉한 소리를 제법 들어서요. 여자들 서넛이 찾아가기에 분위기가 어떨까요???
Commented by 녹두장군 at 2008/02/22 08:08
글쎄요. 차이나타운이긴 하지만 시장이랑 쭉 연결되고, 가게도 많고 해서 치안 문제는 걱정 안하셔도 될 듯 한데요. 많이 걱정되시면 낮에 가셔도 되구요. ^^
Commented by 히카리 at 2008/02/23 12:07
저쪽은 염통도 있군요. 남구로(가리봉동)의 양꼬치집에 주로 가는데 저 곳도 좋아보여요^-^
Commented by 녹두장군 at 2008/02/23 12:57
저도 가리봉동 한 번 가보고 싶습니다. ^^
Commented by Ileculdria at 2008/02/24 16:08
염장질 제대로 당했네요 ^^
양고기는 그 특유의 향 때문에 피하는 편인데... 맛있어보이네요 : )
Commented by 녹두장군 at 2008/02/24 23:07
어이쿠... 양고기는 그 특유의 향에 맛들이면 중독되는데요. ㅎㅎ
Commented by 하얀미소 at 2008/03/02 16:08
와..되게 맛있어보네요..지금이라도 가서..먹구싶어요..ㅋㅋ
Commented by 녹두장군 at 2008/03/19 08:23
되게 맛있어요. 꼭 한 번 가보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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